아동단체 캠페인

국제아동인권센터 논평

아동청소년이 기후 행동의 주연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어린 기억 속 청명한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들, 지저귀던 새소리, 가슴 깊이 들이마셨던 상쾌한 공기는 이제 옛말에 불과하다. 오늘날 아동은 미세먼지와 매연, 언제 재발할 지 모르는 팬데믹, 나날이 심화되는 이상 기후의 위험 속에서 두려운 나날을 보낼 뿐이다.

2023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10년 내에 기후 변화가 급속도로 심화하는 전환점이 올 것을 예측하며,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지된다면 2100년까지 지표 온도가 최대 4.4℃까지 상승할 것이라 경고했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삶을 위협한다. 게다가 선진국과 고소득층이 온실가스 배출의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그 피해는 대응 역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부정의하고 불평등하다.

무엇보다도, 기후위기는 아동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세이브더칠드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생은 1960년생보다 폭염, 홍수, 가뭄 등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최대 7배 더 높으며, 사회경제적 지위나 거주 지역에 따라 그 피해 정도 또한 크게 차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기후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아동에게는 일상이 재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제26호를 통해 기후위기가 아동권 침해임을 규정하고 정부의 책임을 명시하기도 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수많은 아동들이 희망을 향한 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미국 몬테나 주에서는 청소년 16명이 주정부를 대상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주장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국내 첫 기후소송을 낸 지 4년만인 지난 4월 말 첫 공개 변론을 열기도 했다. 이는 범지구적인 환경 문제에 대응할 저력을 지닌 아동 참정권 보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동의 참정권 보장은 여전히 요원하다. 아동이라는 소수자성, 학업만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정책 방향을 정부에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아동·청소년의 기후 행동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참여권을 보장할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 의회, 비영리단체 및 교내 자치기구 등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정부는 기후 위기의 직접적 피해자인 아동·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관련 정책 논의 및 수립 과정에서 아동이 동등한 이해당사자로 고려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실용적인 환경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초·중·고 수준에 맞춘 일상 생활 속 실천 사항 제안, 기후 아젠다에 대한 토론,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지식 학습 등 효과적이고 융합적인 교육을 추진함으로써 기존의 교과와 기후 문제의 접점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문 교육 인력 양성을 강화하여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보편적 인권의 차원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35조는 국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와 환경을 보전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환경 문제에 취약한 아동, 사회적 약자,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및 공공인프라 확충에 더욱 힘써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이 기후 변화로부터 안전하고 평등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기후 정의'를 향해 전진해야 할 것이다.

102번째 어린이날을 맞이하며,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과 푸르른 자연을 보전하는 것임을 당부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 갈 주체임을 기억하고, 대한민국이 ‘기후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기후 행동에 함께 연대해주기를 바란다.

2024년 5월 3일 금요일
세이브더칠드런 지구기후팬클럽'어셈블' 탁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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